[빡침X징징 주의] 나는 왜 중국산 RAM을 사게되었는가?
이전 글에서 SOUTH BRIDGE 사의 DDR4 16GB 2666MHz Sodimm 메모리를 구매하고 장착 및 테스팅한 포스트를 썼다. 그런데 이 제품을 사게된 스토리가 하도 얼탱이가 없어서 글을 분리해서 따로 쓰기로 했다.
우선 hozy는 SOUTH BRIDGE라는 회사의 존재를 택배물 받고서 알았다. 쿠팡에서 이 제품을 검색하고 결제를 하고 배송을 기다리던 모든 시점에 당연히 삼성 제품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니었다...
Background Story
최근 당근으로 삼성 갤럭시북3 360을 저렴하게 구매한 hozy는 아낀 예산으로 그간 고생한 한성 TFG-266의 메모리를 업그레이드 해줄 생각이었다. 때문에 hozy는 하루종일 시간이 날때마다 뽐뿌, 퀘이사존, 다나와 등을 샅샅이 뒤져가며 삼성 16GB 메모리와 SK 하이닉스 P31 Gold의 오늘 최저가는 얼마인지, 혹시 스팟딜이 뜬 것은 아닌지 확인하곤 했다.
그러다가 10월 중순, 삼성 16GB DDR4 RAM 2개가 81,000원에 나와 너무 기쁜마음에 구매를 했었다. 이때는 100% 삼성전자 RAM을 구매한게 맞다.
처음 구매한 RAM의 비주얼은 충격적이었다. 삼성 제품인데 은박지에 싸여져 배송이 되었고 순간 사기당한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원래 삼성전자가 RAM같은 부품은 B2C로 판매를 안하는 거더라고... 업자들이 삼성으로부터 대량 구매하고 일부를 이런식으로 소비자에게 파는 게 이쪽 업계 국룰이라고 한다. 국룰이라면 따라야지 ㅋㅋ
RAM 장착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HDD/SSD 같은 스토리지 추가 정도 작업은 해봤지만 RAM 같은 부품은 처음 교환해 봤기에 크게 긴장했던것이 사실. 하지만 뭐 막상해보니 별거 없었다. 그냥 끼면 된다. (한성 TFG-266 장착방법은 이 포스팅 참고) 그리고 부팅을 해보니 잘 돌아가서 내심 뿌듯했다. 16GB일땐 Kdenlive로 영상작업 하나 걸어놓으면 컴퓨터가 먹통이 되곤 했는데, 32GB가 되니 다른 작업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국토종주영상들을 작업하고 있었는데... 이틀 뒤부터 컴퓨터가 갑자기 멈춰버리는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소프트웨어가 오류나서 그런가보다 해서, 시간낭비 한것에 빡칠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 부팅 중에 멈춰버리더라... 이땐 진짜 무서웠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메모리로 인해 컴퓨터가 멈추는(프리징) 증상은 다양한 원인이 있어 정해진 이유는 없다고 하더라...
제품을 환불하려고 보니까, 11번가 포인트 100원에 눈이 멀었던 hozy는 물건도 확인 안하고 구매확정을 눌러버려서 환불도 안 됐다. 그렇다고 당근에 팔아버리자니 지난 한달간 최저가를 발품팔아가면 기다려서 겨우 구매한 제품을 싼 가격에 팔아 넘기는 것도 용납할 수 없었다. hozy는 어떻게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처음엔 새로 산 메모리 불량인가 싶어 하나씩만 껴보기도하고, 혹시 보드가 문제있는건가 싶어 기존것만 꽂아보기도하고, 기존 메모리와 새로 산 메모리를 같이도 껴보며 하판을 수도없이 뜯어댔다. 하지만 기존의 메모리만 꽂았을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새로 산 메모리가 하나라도 들어가면 시간 차이만 있을 뿐 언젠가는 프리즈 되어버리는 증상이 동일했다. 결국 문제는 새로산 메모리 인 것이 분명한데...
그러다가 처음으로 클럭이라는 개념을 알게되었다. DDR4이면 다 똑같은 건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새로 산 메모리는 DDR4 중에서도 3200MHz 제품이었고, hozy의 노트북인 TFG-266은 2666MHz가 최신 클럭 값이던 커피레이크 시절 나왔던 제품이었다. 이것도 정말 겨우겨우 알아낸게, TFG-266 스펙을 보면 메모리에 PC4-21300이라고 쓰여 있어서 이걸 찾다가, 2666MHz라는 개념을 찾게 되었다. 알고보니 2666MHz의 클럭속도로 8Byte (64bit)의 데이터를 전송하기 때문에 2666X8이라서 21300 이라고... 진입장벽 보소 ㄷㄷ
뭔가 여기에 답이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때부터 생전 관심도 없던 하드웨어에 대해 알아보려 무진장 애를 썼다. 클럭이며 BIOS며 오버클러킹이며 새로 알아보려하는데, 기본 개념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정보들을 안다 한들 이해가 될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어디선가 메모리 클럭이 높다고 CPU가 못돌리는건 아니라는 글을 보고, 헛된 희망을 품었던거 같다. 블로거들이 올려준 tCL, tRCD, tRP, tRAS 등의 값을 입력하려 하는데 바이오스를 켜는 것 조차 벽이 있었다. 분명 부팅중에 F2 연타하면 나왔는데, 아무리 해도 안되어서 이게 진짜 아예 메인보드부터 맛탱이가 가버려서 BIOS 조차 못켜는 건가 절망하던 찰나, 폰으로 검색해보니 Windows 11부터는 BIOS 켜는 법도 달라졌다고... 결국 또 하판을 뜯어서 기존 메모리를 낀 다음, 윈도우를 부팅해서 BIOS를 켜도록 설정하고 BIOS에 겨우 들어갔더니만... 이번엔 BIOS가 남들 쓰는 ASUS, MSI 등의 주요 제품이 아니라 한성에서 OEM으로 만든 제품이라 설정해야할 값의 이름도 개수도 모두 달랐다... 아니 국민 누구나 따라하는 국민 오버클럭이라매, 왜 나는 써준 값 무지성으로 넣는 것도 어렵냐고! 이 순간은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국민 사이에 태어나 부여된 천부인권적인 대한민국 국적조차 부정당한 hozy 였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잖아, 3200MHz과 2666MHz의 램 타이밍들을 하나하나 검색하며, 저들만의 공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 공식들을 엑셀에 정리해서 나름 그 공식에 맡게 세팅도 해봤다. 그러나 이렇게 저렇게 수도 없어 해봐도 프리징 현상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한성컴퓨터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처음엔 친절하게 상담원이 응대를 해주더니, 클럭이 다른 제품을 장착하는 것은 본인도 모르겠다고 엔지니어에게 확인요청을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연락을 기다렸더니, 문자가 오더라... 3200MHz 메모리 장착하면 안된다고 한다...
결국 구매했던 삼성 RAM을 사용할 마음을 포기하고, 당근에 제품을 올렸다. DDR5 등장 이후 DDR4 자체도 퇴역 절차를 밟는 와중에 2666MHz가 팔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입질이 꽤 오더라... 그렇게 1주일 정도가 지나고, 구매 문의도 점점 뜸해지면서 hozy는 치열했던 RAM 장착 과정을 점점 망각해 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얼렁 찾아가 판매했다. 그리곤 받은 판매대금으로 삼성 정품 2666MHz Sodimm 제품을 찾아보는데, 이게 웃긴게 아예 고물 부품을 사려니까 프리미엄이 붙은건지 3200MHz보다 더 비싸다. 16GB 하나에 최저가가 5만원 정도 였는데, 2개를 사려니 10만원이 되어버려 구매가 꺼려졌다. 그렇게 또다시 (아직 구매못한 P31 Gold와 함께) 매일매일 틈틈이 뽐뿌, 퀘이사존, 다나와, 쿠팡 등을 뒤적 거리던중, 완전 개꿀딜을 찾게 되었다. 삼성 제품인데 가격이 33,800원이었다!!!
내가 지금 뭔가 잘못본건 아닌지, DDR4 / 2666MHz, PC4-21300 / 노트북 규격 등을 수도없이 확인했고, 삼성이라는 글자를 수도없이 확인했다. 분명 삼성 정품이라고 쓰여있었고, 모든 규격이 내가 찾던 그것이었다. 고민할것 있는가? 바로 질렀지. 그리고 이틀뒤에 제품을 받고서 분명 있어야할 SAMSUNG의 자리에 SOUTH BRIDGE라는 듣도보도 못한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뭐야... 그리고 밑에 더 자세히 보니 MADE IN CHINA네? 순간 하늘이 노래졌다...
생각해보니 삼성전자 제품은 은박지에 싸서 보내는데 얘는 전용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 오기까지 했다. 진심 다급한 마음으로 쿠팡 구매페이지를 다시 켜보니 "삼성 칩" 이라고 써있을 뿐 삼성 제품은 아니었다. 상품 이미지 상단에 SOUTH BRIDGE라고 마크가 있는데... 아니 저 듣도보도 못한 이름이 뭔줄 어떻게 알아? 이건 판매자의 고의성이 다분했다. 삼성 제품인줄 착각하고 구매하는 나같은 놈들 낚시하겠다는 거지...
리뷰를 확인해보니 반품 요청하면 배송비 물라고 한다고 하더라... 쿠팡에서 샀지만 이건 로켓 제품도 아니었어... 아... 왜 그때는 리뷰를 읽지 않았을까? 몇천원 아끼겠다고 발악하다가, 말도안되는 최저가보고 그냥 덜컥 구매해버린 나 자신이 참 한심했다.
그런데, 여기 리뷰보면 아무런 메세지도 없이 별 5개 찍어놓은 리뷰들이 매우 많다. 이거 아무리봐도 중국 업체에서 작업 쳐놓은거 같은데, 물론 확실한 물증이 없으니 이것은 내 개인적인 추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우리 독자분들은 반드시 주지해주시길 바란다. 아무튼 속았다는 생각에 매우 불쾌하고 반품하자니 배송비가 아깝던 찰나, 블루스크린이 뜬다는 리뷰를 확인했다!
그래, 나도 얘 한번 테스트해보고 하자 있으면 제품 하자로 환불 요청해버리면 되잖아? 신나는 마음으로 Windows 메모리 진단과 TM5 진단을 해봤지만... 결과는 이전 포스트에서 봤듯 무결하신 분이시란다...
아... 매우 분하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냐고...
삼성 칩 맞는거고 중국도 모듈 정도는 잘 만드는 수준까진 왔으니까 그냥 쓰자... 돈 그래도 3만원정도 아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