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6. 01:35ㆍEconomist의 IT 커리어/미국 대학원 진학 톺아보기
2023.07.14 드디어 기다리던 국비유학생 2차 선발 결과가 나왔다.
사실 발표날 아침, 꿈에서 국비유학 떨어지고 씁쓸하게 버스타고 집에가는 꿈을 꿨었다. 2018년 한국은행 필기짤의 아픈 기억이 있어서 였을까? 발표가 날 오후 4시까지 정말 삼가고 또 삼가는 마음으로 기다렸던거 같다. 원래 징크스 같은거 때려 부수는 맛으로 살던 나인데, 시련을 하나둘 겪으며 점점 겁도 많아지고 또 지켜야할 게 많기에 어린애 마냥 헛짓거리는 할 수 없는 어른이 되어가나보다.
다행히도 결과는 최종합격.
합격 결과를 확인하고 나선 사실 얼떨떨했다. 와... 이게 되는구나... 근데 뭔가 멍한 기분에 취해있었다. EMINEM의 Careful What You Wish for 노래가 막 BGM으로 깔리는 것 같고 제정신이 아니었던거 같다.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기뻐하는 여자친구와 엄빠를 보며 내심 기분이 좋다가도, 뭔가 공허한 기분이더라.
한 5시간 정도지나고 나니 현실 문제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국비유학은 항공료를 지원해주므로, 기존 예약해놓았던 26시간짜리 [인천 - 리야드 - 뉴욕] 항공권도 취소해야하고, 새로 예매할 비행기표도 알아봐야한다. 200만원은 족히 넘기던 대부분의 항공권들 사이에서 유난히 반짝이며 나를 유혹했던 86만원 짜리 Saudia Airlines야 안녕~ 약 한 달 정도 남기고 취소하게되어서 취소수수료로 한 50% 먹겠거니 했는데 웬걸 $40만 내면 된다고 한다. 6주뒤에 환불 처리해준다는데 응 괜찮아 ㅎㅎ 천천히 해줘도 돼.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도 고마웠어! 항상 최저가 항공권만 찾아다니며, Air China, Aeroflot 같은 것들만 타던 나도 드디어 대한항공을 타볼 수 있는 것인가 ㅠㅠ
최종합격 뽕이 빠지고 귀찮음이 엄습하기 전에 얼른 준비 타임라인을 복기해보고자 한다.
날짜 | 카테고리 | 한 일 |
01.14 | Ideation | UPenn 합격. 이후로 연이은 주립대 탈락... 한학기 4천만원 UPenn 등록금에 시름이 하도할샤... |
01.31 | Research 한국사 |
장학금이라도 알아보던 중 국비유학의 존재를 알게 됨. 아... 갑자기 무슨 한국사능력검정이야... 이걸 해 말아 하다가 그냥 하기로 함. 구글 검색해보니 최태성 강의가 무료에 제일 좋다고 해서 |
02.02 | 한국사 | 교재 없이 최태성 인강 공부하는게 뭔가 비효율적임을 느낌. LG CNS 결산 지원하다가 교보문고에 무지성으로 가서 교재 구매 후 정주행 시작 유투브영상 기준 하루에 2~3개씩 진도나가고, 하루에 10단원씩 빈칸채우기 복습 하루에 족히 5시간은 국사공부만 한 듯. (이 나이 먹고 뭐하는건가 싶더라...) |
02.22 | 수학계획서 대외활동 |
머신러닝에 관심이 많으니, 이 분야로 수학계획서를 쓰기로 결정 그런데 관련 대외활동이력이 하나도 없었음. 논문도 없음. 마침 Coursera에서 Stanford Machine Learning 강의가 있어 바로 수강신청. 1주일만 무료이므로 Certificate을 위한 1주일의 전사 모드로 수강 시작 |
02.27 | 한국사 | 하루에 한국사 인강 2~3개씩 보면서 공부하는데 뭔가 시간낭비 같고 불안 61회차 기출문제 풀어보고 69점 받음 60점만 넘기면 되므로 안도감 반 + 불안감 반으로 다시 한국사 공부 재개. |
03.05 | 대외활동 | Coursera 강의 알고보니 총 3개 단원 중 1단원만 무료고 나머지는 단원당 6만원... 일단 1단원만 들어도 Certificate이 나오므로 스펙용으론 여기까지만 함 유투브를 찾아보니 Andrew Ng 교수의 무료 강의가 있어 이걸로 학습 재개 |
03.13 | 대외활동 영어점수 |
그나마 있는 대외활동과 봉사활동기록 관련 증빙자료 모두 발급 받음. TOEIC 4월 30일 시험 예약. |
03.17 | Research | 수소문 끝에 지인의 지인이 국비유학 선발되었다는 것을 알게됨. 합격자분께 연락해서 대략적인 팁을 공유받음. |
03.21 | 설명회 | 국비유학설명회 관람. |
03.23 | 한국사 | 한국사능력검정 시험 예약. 시험일자가 미리계획했던 제주도 여행과 겹쳐서 제주중학교에 시험예약. |
03.30 | 한국사 | 유투브 최태성 인강 120개 동영상 완강. 이후 시험 이틀전까지 한능검 모의고사 하루에 하나씩 풀었음. (50~63회차) |
04.10 | 면접준비 | ChatGPT 인공지능 면접질문 20개 뽑아놓고, 하루에 하나 씩 답변 준비 연습 시작 |
04.15 | 한국사 | 제주중학교에서 64회차 한국사능력검정 시험 봄. |
04.16 | 영어점수 | TOEIC 15일의 전사 시작. LC, RC 번갈아가며 실전문제 하루에 1회차 씩 |
04.17 | 자기소개서 수학계획서 추천서 |
자기소개서 및 수학계획서 작성 계획 수립 후 작성 시작. 추천서를 받기 위해 학부 지도교수님께 연락드림. |
04.20 | 서류 | 국비유학생 지원시 필요한 총장 직인 받는 법, 자교에 문의해서 확인. |
04.27 | 추천서 | 지도교수님 찾아뵙고 추천서 받음. |
04.28 | 한국사 | 한국사능력검정 시험 결과 발표 : 1급 |
04.29 | 자기소개서 | 자기소개서 초안 작성 완료. |
04.30 | 영어점수 | TOEIC 시험 봄. |
05.02 | 수학계획서 | 수학계획서 초안 작성 완료. |
05.07 | 대외활동 | Andrew Ng 유투브 강의 112개 영상 완강. |
05.08 | 원서 접수 대외활동 |
한국유학종합시스템에 국비유학 원서 접수 시작. Microsoft AI Fundamentals (AI-900) 자격증 공부 시작. |
05.10 | 영어 점수 | TOEIC 시험 결과 발표. 이걸로 제출함. |
05.14 | 자기소개서 수학계획서 |
자기소개서 및 수학계획서 최종본 완성. |
05.15 | 서류 | 자교 방문하여 졸업증명서 및 성적표 출력. 총장 직인 날인 받음. |
05.20 | 대외활동 | Microsoft AI Fundamentals (AI-900) 자격증 시험 합격. |
05.22 | 서류 | 모든 서류 종합해서 국립국제교육원으로 서류 등기 제출. (마감일 5월 26일) |
06.16 | 1차 합격 | 국비유학 1차 합격 발표. 대학교 동문 중 1차 합격자 알아내고 면접 스터디 일정 잡음. |
06.17 | 면접 준비 | 전공 면접 준비를 위해 다음 3가지 작업 2차 면접날까지 병행 시작. 1) ChatGPT 면접질문 20선 답변연습 2) Andrew Ng ML 수업 복습 3) 고려대 Business Analytics 유투브 강의 학습 시작 |
06.25 | 면접 준비 | 1차 합격자 동문 분과 면접 스터디 하루 진행. |
07.06 | 2차 면접 | 국비유학생 2차 면접 보고 옴. |
07.14 | 2차 합격 | 국비유학생 2차 합격 발표 |
국비유학을 위해 참 많은 노력을 쏟았던 것 같다. 좌절도 많이했고 불안에 많이 떨기도 했다. 하지만 국비유학 준비 말고도 나는 해야할 것이 많았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매월초 3일간 전 직장에서 12시간 교대 근무 알바도 해야했고, 석사 과정에서 배울 CS 예습도 해야했고, 2024 Summer Internship 지원도 해야했고, 코딩 인터뷰를 위한 알고리즘 공부도 해야했고, Machine Learning 심화학습도 해야했고, AWS SAA-C03 자격증 준비도 해야했다. 물론 과거 수험생활을 하면서도 이에 못지않게 바쁘게 지내보긴 했지만, 이번 2023년 전반기는 여러 작업들을 병행해서 진행해야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고충이 많았다. 또한 이젠 내 삶의 동반자가 될 여자친구와, 유학을 가게 되면 당분간 얼굴을 보기 힘들 가족들을 위해 이런 저런 역할을 마땅히 해야하는 부분도, 기숙사 살면서 공부만 하면 됐던 수험생의 삶과는 달랐던 것 같다. 물론 그들이 내게 베풀어준 사랑과 헌신에 비하면 내가 딱히 많은 걸 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분명 중간중간 번아웃도 많이 왔고 2차 면접 직전엔 감기도 심하게 걸려서 힘들었지만, 간간히 이뤄낸 작은 성취들과 또 나를 열심히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여자친구 및 가족들이 있었기에 담담히 그리고 묵묵히 열정을 태우며 살아온 것 같다. 이제 미국으로 떠나게 되면 또 다른 어려움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 또한 내가 바라던 즐거움 아니었는가?
힘든가? 그렇다면 운동으로 호르몬을 재충전 하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반추해보자. 힘들다고 주저앉을 자격과 여유가 너에겐 없다. 웃으며 또 담담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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