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원 진학 톺아보기] 5. 추천서도 꽤나 공들일게 많더라.

2023. 1. 19. 13:59Economist의 IT 커리어/미국 대학원 진학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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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추천서 받기는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그런데 그 고통의 핀트가 일반적으로 대학원 입학 수기에서 읽던 것들이랑 좀 다른 부분도 있었다. 대부분 누구에게 추천서를 받을지 어떻게 연락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 역시, 본전공인 경제학을 뒤로하고 갑자기 IT업계에 뛰어들어 살아남겠다 발버둥 치느라 교수님들께 연락한번 드린 적 없었기에, 교수님들께 추천서 받고자 연락드리는게 좀 난감한건 동일했다. 하지만 수기들을 보면 결국 추천인을 다들 구하기 마련이더라. 교수님들도 이런 제자들을 한 두번 본게 아니실 것이기에, 내가 예의있게 행동하면 흔쾌히 수고로움을 감수해주실 거라 믿었다. 내 문제는 추천서를 많이 받아내야 한다는데 있었다.

 

애당초 비전공자가 CS 대학원에 진학하는 케이스 자체가 드물었기에, 나는 최대한 다양한 학교에 많이 지원해서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게 최우선 과제였다. 문제는 그만큼 받아내야할 추천서가 많아진다는 것... 따라서 추천서 요청 메일을 쓰기전에 선결되어야 할 것은, 몇개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각 프로그램이 몇장의 추천서를 요청하는지에 대한 각이 나와야한다는 거다. 내 경우, 본디 24개(!)의 프로그램에 지원할 예정이었고, 대부분의 학교가 3장의 추천서를 요구한다는 전제를 깔면 총 72장의 추천서가 필요했다. 제아무리 친했던 교수님이라도 매번 새로운 페이지에 들어가서 개인정보 쓰고 설문조사하고 자잘한거 쓰고 추천서 수정해서 업로드하고 하는 행동을 10번 이상 반복하면 짜증날 거 같더라... 그래서 최대한 추천인을 많이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했다. 추가적으로 나는 일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각 기관별 추천서 세 장 중 한 장은 반드시 회사에서 받아내야 했다. (일을 3년가까이 했는데 거기서 추천서 하나 못받아오면 뭔가 이상하잖아...) 즉 48장의 추천서는 학계에서, 24장의 추천서는 회사에서 받아내야 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여러 추천인을 확보했냐고? 아니다.

 

회사에서의 추천서는 다행히 LG CNS 시절 소속팀의 팀장님께서 24장 모두 작성해주시기로 했다. 팀장님의 일주일 스케줄을 보면 추천서 작성 같은 하찮은 행동에 단 5분 할애하는 것 조차 아까울 정도로 바쁘게 사시는 분이다. 그럼에도 내가 팀장님께 추천서를 24장이나 받아낼 수 있던건,

 

 (1) 퇴사 시 일정 관련해서 팀장님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배려 해드렸다는것

 (2) 추천서 작성의 A-Z까지 내가 다 조율해서 팀장님이 최소 노력만 들일 수 있도록 해드렸다는 것

 (3) 일단 작성해놓으면 위의 지원기간만 바꿔치기하면 된다는 말로 팀장님의 우려를 없애드렸던 것

 (4) 한글 원본만 작성해주시면 영문 번역까지 원큐에 해결해 드림으로 영어 작문의 벽을 무너뜨려드린 것 

 

때문이라 믿고있다.

 

이중 가장 크리티컬한 요소는 (1)이라 생각한다. 팀장님께서 그래도 내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계셨기에, 후안무치한 퇴사자 놈임에도 추천서를 흔쾌히 써주셨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건 퇴사 과정과도 연관이 있을 거다. 당초 hozy는 2021년 6월에 퇴사하고자 했으나, 2021년 당시 팀장님께서 팀의 사정을 고려해 2022년에 퇴사해줄 것을 부탁하셨다. 2021년 초 이미 퇴사 계획이 모두 짜져있던 내게 이건 너무 큰 문제였고, 하루라도 계획 실행이 늦어지는것이 큰 타격이었기에 그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시 어려움에 처했던 팀을 그냥 버리고 갈 순 없었다. 바닥에 똥이나 싸고 있던 신입 hozy가 싸질러 놓은 것들을 모두 치워주시고, 어버버 하는 멍청이에게 가나다를 반복 숙달 시켜주시며 최소한 사람구실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당시의 총괄님이자 지금의 팀장님을 배신하는 걸, 나는 못하겠더라. 때문에 내 모든 계획을 접고 2022년에 퇴사하는 걸로 합의했었다. 이런 내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인지 팀장님은 아무 고민없이 24장의 추천서 작성을 흔쾌히 해주겠다 하셨고, 이후 추천서 작성 과정에서도 바쁘신 와중에 불평 한번 없이 추천서를 잘 제출해주셨다. 다시 한번 이 글을 빌어 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오케이, 일단 전체 추천서 중 3할은 확보했는데, 나머지는 모두 교수님들로부터 받아야 했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48장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다른 사람들이 유학지원하는걸 보니 정예 추천서 멤버 셋을 구해 20개 프로그램에 지원하는게 맥시멈인듯 했다. 추천서 작성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20장이라 잡는다면 교수님 세 분을 확보해서 각 16장의 추천서를 요청해야 했다. 학부시절을 회고하며 좋은 추억이 있던 교수님 세 분을 기억해냈고 6월 즈음 메일로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직접 찾아뵈어 내 꿈을 설명드렸다. 세 분 모두 흔쾌히 작성해주시기로 하셨고, 당신들의 경제학 커리어가 내 CS 대학원 진학에 도움이 될지부터 먼저 걱정해주셨다. 물론이죠 교수님, 감사합니다 ㅠㅠ

 

좋아, 총 4명의 라인업을 확보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좀 지치지 않는가? 그런데, 미국에서 추천서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력하다고 한다. 때문에 나는 기왕 확보한 추천서가 좀더 좋게 쓰여서 내게 더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앞서 말했지만 정량적 지표에서 하자가 많은 hozy는 어떻게 해서든 정성적 지표로 쇼부를 봐야했다. 이때부터 좋은 추천서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검색했다. 결국 결론은 그거였다. 내가 옆에서 얘를 오랬동안 지켜봤기 때문에 얘를 잘 안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추천서, 그런 와중에 얘가 또 기깔나다고 해주면 그게 내 입시에 좋은 추천서라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이것보다 중요한건 지원하려는 분야에서의 추천인의 명성 혹은 커리어인 것 같지만, CS 분야에 적이 없는 hozy에겐 지금의 라인업이 베스트라 생각했고 여기서 최대의 아웃풋을 내보기로 했다. (내 떡이 아닌 것엔 침 흘리지 말자.)

 

우선 이 단계에서 준비해야할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추천인에게 제공할 정보

2. 추천인들을 각 대학에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

 

 

1. 추천인에게 제공할 정보

앞서 언급했듯 좋은 추천서란 내가 옆에서 얘를 오랬동안 지켜봤기 때문에 얘를 잘 안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추천서였다. 하지만 교수님들은 근 3년 동안 나를 보지 못하셨고, 거진 천 단위의 학생들을 더 만나셨을 거다. 나를 기억 못하시는게 너무도 당연하니, 내가 기억하는 세세한 에피소드들을 모두 적어서 정리해드렸다. 추가적으로 각 대학교마다 추천서에서 원하는 항목들이 있다. 정리해보면 다음 6가지 항목들이더라.

 

  • describe his or her relationship with you

  • potential to carry on advanced study in the field specified

  • intellectual independence

  • capacity for analytical thinking

  • ability to organize and express ideas clearly

  • potential for teaching

이런게 드러나야 좋은 추천서인데, 한번 추천인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내 자소서에도 이런게 드러나도록 글 쓰는게 빡센데 기억도 잘 안 나는 남에게 이런걸 써주는게 쉬울까? 당연히 아니지. 그래서 나는 다소 무례하게 보일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좀 당돌하게 이렇게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추천인 별로 다 작성해봤다. 위의 덕목들과 내가 기억하는 에피소드를 버무려서 이렇게 적어 드리는게 추천인 모두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내 손으로 내 자랑 이렇게 써달라고 부탁해본적이 있는가? 새로운 차원의 수치플이었다...

 

추가적으로 교수님들은 이런 추천서를 많이 써보셨겠지만, 팀장님은 유학가는 사람 추천서를 처음 써보시는 입장이셨고 영어로 작문을 하는 것이 익숙치 않으셨다. 때문에 팀장님과는 따로 약속을 잡고 추천서 작성이 어떤식으로 돌아가고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면 좋은지 한번 브리핑을 드렸다. 그리고 한국어로 초안을 작성 부탁드렸고, 내가 초벌 번역을 한 뒤, Scribendi에 교정을 의뢰하니 너무도 예쁜 추천서가 되더라...

 

2. 추천인들을 각 대학에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

하... 72개 추천서의 일정을 관리하는게 참 빡셌던거 같다. 일단 학교별로 추천서 갯수를 확인하고, 교수님들께 배분하는 작업을 해야했다. 전체 추천서들을 모두 교수님별로 할당하고, 교수님별 학교/Deadline 등을 정리해서 아래와 같이 엑셀에 정리했다.

 

 

 

 

 

 

그럼 이제 1과 2를 첨부해서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요청드렸다. 몇가지 팁이 있다면

 

1) deadline이 비슷한 학교들이 있는 경우 그학교들은 한번에 추천요청을 하자. 교수님들께서 바로바로 해주시면 좋지만 대개 매우 바쁘시기 때문에, 나중에 메일 찾기 곤란해 하시더라. 물론 언제든 입학 페이지 가서 resend 보내면 그만이긴 하다.

 

2) 교수님 스타일에 맞게 배분을 하자. 추천서 입력 요청을 보내드리면 바로 입력해주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마감 즈음에 몰아서 처리하시는 분도 계시더라. 후자의 경우 마감이 비슷한 날짜의 학교들을 몰아서 할당해드리면, Reminder를 비교적 덜 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더라 ㅋㅋㅋ

 

3) 30일전 / 15일전 / 7일전 / 3일전 Reminder 계속 드리자. 나도 이게 괜히 재촉하는거 같아 뭔가 좀 그랬는데, 예의있게 잘 보내드리면 교수님들도 리마인더 고맙다고 해주시더라. 괜히 전전긍긍하다가 deadline 넘기느니, 잠깐 욕 먹고 제때 제출하는게 이득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U Penn이 빠르게 합격 소식을 전해주어, 4개 학교는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추천서 적어주시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소식을 설 선물로 전해드릴 수 있게 되었다. 추후 입학 전형이 모두 마무리되면 교수님들 한분한분, 팀장님까지 모두 찾아뵙고 감사인사 드려야지 ㅎㅎ

 

 

<목차>

1. 어쩌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대학원을 준비하게 됐지? (Feat. 비전공자 컴플렉스)

2. 퇴사자의 미국대학원 준비 타임라인은?

3. 비전공자는 CS 대학원 준비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4. SOP / Resume / Personal Statement / Diversity Essay, 쓸게 많네? ㅎ

5. 추천서도 꽤나 공들일게 많더라.

6. 그래서 준비하는데 $얼마나$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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