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9. 투자활동, 그 첫번째 위기에 들어선 지금, 전략 수립.

2020. 2. 29. 12:20IT엔지니어의 투자 활동/Also sprach Hubris Ozymand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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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행위를 시작한지 82일차에 드디어 첫번째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COVID-19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패닉에 빠트렸다. 미국시장과 한국시장에 LONG-POSITION만 구축이 되어있는 hozy의 포트폴리오 역시 처참하게 박살나버렸다. 10%이상의 수익률이 일주일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동안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게 사실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억울한 감도 없지 않아 있다. 분명 이번 월급을 받는 즉시 채권 매입을 통해서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위기상황에 대비하려 했는데... 일주일만 빠르게 월급을 받았더라면, 아니 하다못해 다른 기업들처럼 21일에라도 월급을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든다. 그렇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bull-MKT에 베팅한 hozy 자신에게 있다. 그렇게 risk-management가 중요했다면 주식을 매수하면서 일정부분 채권을 매수했어야 했었다. 안전불감증에 있던 자기 자신을 탓하면 탓했지, 이러한 불경기에 꼬박꼬박 월급 챙겨주는 고마운 회사 탓을 하는 건 너무도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큰 기회일 수 있다. 채권을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hedge는 못했지만, 한편으로 폭락한 주식을 저가 매수할 수 있는 실탄이 추가적으로 남아있다고 볼 수도 있다. 채권을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주식을 쓸어담는 Dooms Day Party를 즐길 수도 있는 거다. 아직 구축한 포트폴리오가 목표치의 10%도 안 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가하락의 고통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며, 지금의 사태는 퀀텀점프를 하도록 하늘이 도운 기회일지도 모르는거다! 왜 퀀텀 점프냐고?

 

과거 미국 주식시장을 back-test 시뮬레이션 하며 항상 들던 생각이 있었다. "내 인생에 2009년은 언제 올까?" 였다.

 

2008년은 모두가 잘 아는 Subprime-mortgage 사태 발생 원년이다. 세계 경제가 망할 것 같던 그 해, 그리고 그 뒤의 5년동안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자. 

 

위 그래프는 간단하게 AMZN, GOOGL, MSFT, BRK.B에 각 25%씩 비중을 둔 포트폴리오로, 초기 투자금 $3,000에 매월 $1,500씩 투자금을 늘려가고 매달 re-balancing을 한 결과다. 그래프만으론 감흥이 별로 없을 수 있다. 연도별 수익률을 보자.

 

2008년 -42.95%라는 처참한 수익률을 견뎌내고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며 냉철한 이성으로 매월 re-balancing을 실행했을 그 누군가는 이듬해 그 고통을 제대로 보상 받았다. 물론 굉장히 1차원적인 분석이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에 hozy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2008년 당시 미국 금융권 전반에 만연하던 도덕적 해이가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이로인해 유동성 경색이 발생하여 IT기업의 주가도 폭락했지만, 그것이 IT기업의 펀더멘털이 약하다는 증거일 순 없다.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자기 자신의 가치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필자는 클라우드의 산업이 가진 잠재력에 매우 큰 자신감이 있다. 특히 이번 COVID-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며 더더욱 확신이 강해졌다. 왜 hozy가 클라우드를 주력 산업으로 선정했는지는 추후에 다른 글에서 밝히기로 하고, 일단은 위 시뮬레이션에서 얻을 수 있는 intuition을 생각해보자.

 

POST 2008년인 2009년은 주가가 폭등하는 시점이었고, 다르게 말하면 주가가 폭락하는 2008년은 펀더멘털이 강력한 기업의 주식을 저가매수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이 찬스에 갖고있는 실탄의 규모에 따라, 저가 매수의 규모가 달라지고, 언젠가 합당한 가치평가가 실현될 때 퀀텀 점프의 높이가 달라질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8년의 사태는 지금의 COVID-19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현대 자본주의의 본진인 미국의 금융시장에서 초 거대 금융기업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해버렸다. 이번 사태에서 메이저 금융사가 지급 불능사태에 빠져버리는 초유의 사건이 있었는가? 오히려 중국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기업 도산 이전에 이미 시장에는 유동성이 돌고 있고 전세계 증시가 폭락하는 와중에 상하이 증시는 나름 선방하고 있었다. 또한 2008년에는 제품을 구매해줄 미국인들이 위기에 있어 GVC에 영향을 주었으나, 이번 상황의 경우 제품을 주로 만드는 중국인들이 위기에 있다. 현재 미국 시장은 탄탄하다. 중국이 물건을 못만들면 베트남, 한국, 멕시코 혹은 미국 본토가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면 그만이다. 이미 대국 개방경제의 지위를 활용해 보호무역주의 관세 정책으로 잉여를 극대화하고 있던 미국이었다. GVC가 약해지면 타격은 있겠으나 그렇다고 미국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버냉키 의장의 헬리콥터 머니로 대변되는 QE가 세차례나 있었기에 주가가 급등한 것도 사실이다. 혹자는 그러한 정책을 펼 여력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직면한 파월 의장의 Fed에게도 남아있는지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미 미국 federal-funds-rate는 1.5%대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고, 국채 가격역시 매우 높게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론은 두가지 준비되어있다. 하나, 이번 사태는 2008년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QE 수준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둘, 기존 2% inflation 타겟팅 전략이 변경될 수 있다는 FOMC 멤버들의 의견이다. 변동성이 더욱 커진 금융시장에 Fed는 더더욱 섬세하고 강력하게 접근할 준비가 되어있다.

 

한편, 그동안 과열되었던 미국 주식시장이 마침 COVID-19라는 버블을 잠재울 핑계거리를 찾았다는 분석도 다수 존재한다. 이 말이 맞다면 폭락한 미국 주식들이 이전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선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이번 가격하락에서의 구매는 저가매수라기보단 안정화된 가격에 자산을 매수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가매수라 믿고 미국 자산을 추가 매입"하게 되는 hozy는 실수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안정화된 합당한 가치에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hozy의 장기적 목표인 가치 투자에 부합하는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다. 다만 Dooms Day Party라는 이벤트에 적합하지 않은 매수일 뿐이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냐고? 가격 떨어졌는데 안 살 이유가 없다는 거다.

 

2008년과 2009년 얘기로 돌아가서, 사실 말이 -42.95%의 수익률이지 전재산이 반토막나는 것 같은 이 상황을 1년동안 감내하는 일을 일반적인 사람이 할 수 있을까? 언젠가 비슷한 상황이 닥치게 된다면 hozy는 소신있게 투자 철학을 밀어붙일 자신이 있는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10%정도의 수익률을 마주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던 hozy다. 그런데 1년동안 저 정신나간 수익률을 감내해보라고? 이게 가능할까 싶은데 말이지...

 

갑자기(!) 이번 COVID-19 사태를 잘 이겨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거 시뮬레이션의 결과물을 마이너한 버전으로 경험하여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담대함을 길러낼 수 있다면 말이다. 갑자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hozy의 면역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백신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면 hozy는 미쳐버린 것일까? 지금보다 몇배는 혹독할, 진또배기 금융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항체가 이번 사태를 통해 형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hozy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 COVID-19 사태로 레지던트 이블이 현실화되어 인류가 멸망하는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있는가? 다만, 현재 대부분의 확진 감염자와 사망자가 노약자 층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Umbrella 주식회사의 통제를 받게될 확률은 극히 낮아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난 몇만년간 인류와 공생해온 존재 중 하나일 뿐이다. 천연두, 흑사병, 페스트, 에이즈, 말라리아, 에볼라, 지카 등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인류에게 도전했지만 결국 인간은 승리해왔다. 이번 COVID-19이 미쳐 날뛸 수록 인간에게 정복당하는 시점만 빨라질 뿐이다. 얘기가 좀 다른 곳으로 샜는데 어쨌든, hozy의 예측이 틀리게 된 상황은 장기적으로 인류사회 혹은 현대자본주의 사회가 근본적으로 붕괴되는 시나리오 밖에는 없다. 그렇게 된다면 주식이고 현금이고 수익률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좀 살짝 TBTF 느낌이 나는게 2008년의 미국 금융시장이나 hozy나 하는 생각은 비슷한듯하다...)

 

좋다. 이번 사태가 2008년의 마이너 버전일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

여기선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SWOT 분석을 사용해보고자 한다. DRY한 현상황 분석을 통해서 명확한 행동강령을 도출할 것이다.

 

<Strength>

1. 월급이라는 안정적인 cashflow가 있다.

2. 여차하면 베팅할 수 있는 유동성이 CMA계좌와 적금안에 고이 모셔져 있다.

3. 기 투자한 자금이 적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본 절대적 손실 금액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4. 엔지니어로서의 본업에 충실한 일과시간 만큼은 주식시장의 혼란에서 벗어나 초연할 수 있다.

5. 레버리지를 전혀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투자한 모든 것을 잃어도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6. 대부분 $ 자산으로 구성된 hozy의 P/F는, 최악의 상황에서 환율로 보호받을 수 있다.

<Weakness>

1. 현재 90% 가량의 투자금이 LONG-POSITION에 있어, 불황이 장기화 될 경우 RISK에 취약하다.

2. 신입사원의 월급은 작고 귀여워서 투자에 쏟을 돈도 작고 귀여울 따름이다.

3. 미국시장은 수면으로, 한국시장은 업무로 인해 주식시장의 변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없다.

4. 여전히 높은 수준의 환율이 미국자산 저가매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Opportunity>

1. hozy가 유심히 보고있는 종목들 모두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 저가매수가 가능하다.

2. COVID-19는 한국에서 먼저 안정화 되고 이후 미국에서 안정화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환율은 떨어지고 미국주가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3. 중국의 경우 감염자 수가 감소 추세에 있다고 한다.

4.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매에 가까운 EXODUS를 시전하여 한국 주식들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Threat>

1. 이미 과열화된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는 견해도 많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생각보다 저가매수의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 (반론) 장기적 관점에서 조정국면에 들어가 안정화된 가격에 주식을 산 것은 이득이다.

                hozy의 궁극적 목표는 단기시세차익이 아닌 장기투자임을 상기하자.

2. 만에 하나 COVID-19사태가 장기화되어 세계 경제에 장기적 트렌드로 이어진다면, 주가의 저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 분할매수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평균매입단가를 낮춰가는 방향으로 접근하자.

3. 저가매수는 기존 hozy가 고수하던 MOMENTUM 투자기법에 반하는 행동이다.

   -> 현 상황이 긴급상황임을 상기하자. 이미 SHORT-POSITION이 구축되었다면 모를까

       RISK에 취약한 hozy P/F는 획기적 관점의 일탈이 필요하다. (저가매수를 통한 수익 극대화)

 

 

<행동강령>

1. 일시적 이벤트로 저평가된 주식들을 저가매수한다.

2. 분할매수를 진행한다. 하루에 조금씩 주식을 매수한다.

3. 환율이 떨어지기 전까진 삼성전자를, 떨어진 후엔 미국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다.

4. 현재 보유중인 주식은 해당 기업이 도산 위협이 있는게 아닌이상 절대 유동화하지 않는다.

5. 일주일 단위로 투자 내역을 재검토하고 블로그에 올려 기록한다.

 

 

<2월 마지막 주 실천 내역>

- 목표 : 삼성전자 주식을 보통주 1주, 우선주 1주씩 매일매일 매입

- 실천내역 

- 평가

   1) 다소 높은 수준이었던 삼성전자 평균매입단가가 보통주 ₩58,279, 우선주 ₩48,871 로 하락했다.

   2) 장내 최저가로 구입하진 못했지만, 실시간 주식시장을 보고있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했다.

   3) 아직 실탄은 충분하다. 이 재밌는 실험을 굳이 안 할 이유가 있는가?

 

 

<3월 첫째 주 계획>

1) 환율 1180원 도달 이전까진 삼성전자 보통주 1주, 우선주 1주씩 계속해서 매일매일 매집한다.

2) 환율 1180원 도달 시 1)에서 사용했을 금액을 매일매일 환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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