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4 [작전계획 : 핏빛 왕관] 1주차. 환전과 모멘텀투자, 저가매수.

2020. 3. 14. 21:44IT엔지니어의 투자 활동/Also sprach Hubris Ozymand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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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지난주 우려했던 전세계적 위기의 확산이 결국 현실화 되었다.

 

지난주에 세웠던 계획을 되짚어 본다.

 

   1) USD 보유량을 극대화 한다.

   2) 포트폴리오 균형화는 잠시 보류하고, [ AMZN, MSFT, GOOGL ]  추가매수에 들어간다.

   3) PLAN-B : 만약 미국의 코로나가 심각하지 않다면, 비축한 유동성을 TLT, TLH에 붓는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우선 3)번은 블랙먼데이로 가볍게 기각되었다. 이제 2)에서 종목을 정해야 했는데, 기존에 AMZN, MSFT에 비해 보유비중이 적었던 GOOGL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 구매가격은 $1,180이었다. 자, 이제 1)번을 통해서 GOOGL을 살 수 있는 USD를 마련해야지. 평소 지겹도록 얘기했듯 환전은 분할매수로 실행하기로 마음 먹고 다음과 같은 규칙을 설정했다.

 

   i)  총 목표 환전액 : 1,400,000원

   ii)  환율이 1200 under인 경우 최대 40만원단위, 1200 over이면 최소 20만원 단위로 환전

   iii)  점심시간에 환전

        <why?> 환율이 높은 수준이므로 투자자들이 주로 달러를 매도할 것으로 판단.

                   투자시장의 나름(ㅎㅎ) 큰손인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주로 거래를 한다고 가정.

                   서울외환시장내 달러의 과잉공급으로 환율의 소폭 하락을 기대.

 

 

그리고 실제로 다음과 같이 환전을 수행했다. 

 

 

너무 웃기지 않은가? 나름 잔머리 굴려서 환전을 싸게 해보려했으나 5일 중 단 하루도 매매기준율보다 낮은 환율에 거래한 날이 없다. 달러의 분할매수고 나발이고 손해만 보고 앉아서 뭐하고 있는지 싶던 찰나, 평균적으로 적용된 환율은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래프를 한번 그려봤다.

 

 

파란색 그래프가 내가 \1,400,000원을 환전하며 적용받은 평균 환율이고, 주황색 그래프는 당일의 매매기준율이다. 단 하루도 외환시장을 이긴적이 없는 hozy는 분할 매수를 통해 승리했다.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다. 지금까지 환전내역을 비교해보면, 나는 평균적으로 얼마에 환전을 한걸까? 바로 데이터를 뽑아봤다. 그런데...

 

 

hozy는 얼떨결에 환전고수가 됐다... 물론 지금 환율 기준으로 말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생각을 해보자.

 

1월 14일 이전, 파란색 그래프는 항상 주황색 그래프보다 위에 있다. 이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hozy는 항상 호구같이 매매기준율보다 높은 가격에 환전을 했다. 둘째, 환율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을때 분할 매수 전략은 이득보다 손해가 크다. 여기서 중요한건 두번째 해석내용이다. 특정 자산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을 때 이를 반복해서 매수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어제 산 가격은 오늘 살 가격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의 거래는 항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도출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이 포인트를 잘 기억해 두시라. 모멘텀 투자의 근간이 되는 내용이다.

 

이제 1월 28일 이후를 보자.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hozy가 적용받은 평균환율을 크게 웃돌기 시작한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면, "상승장에서는 분할매수가 최고네!"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앞선 하락추세와 같은 이유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을 때 매수한다면 과거의 거래는 항상 플러스 수익률을 도출할 수 밖에 없으니까! (이게 바로 모멘텀 투자의 원리다.)  그런데 한 가지 더 고려해야할 내용이 있다. hozy는 환율이 1162원 수준이던 12월 26일 경, 전체 포트폴리오의 45%되는 금액을 일시에 환전해버렸다. (하... 너란 놈 진짜...) 즉, 1200원 수준인 지금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에서 많은 금액을 이미 환전해놨기 때문에 이후의 분할 매수에서 아무리 매매기준율보다 높은 가격으로 환전을 해대도, 평균 적용환율은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거다. 많은 투자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바로 그 "저가 매수"를 실현한 결과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hozy는 왜 12월 26일 경에 전격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매수했던 것인가? 그 이유는 세 가지 정도였던 것 같다. 첫째, 투자를 막 시작한 hozy는 미국주식이 너무 사고 싶었다. 둘째, 투자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환율을 유심히 관찰하던 hozy에겐 1160원대의 환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셋째, 성장잠재력을 볼때 우리나라보단 미국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환율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평가를 하자면 첫째 이유는 정말 잘못한 거다. 아니... 저 거금을 일시에 저렇게 환전해버리다니... 물론 당시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매수하기로 마음먹은 AMZN, GOOGL, MSFT의 가격을 지켜보는데 하루가 다르게 계속 올라가던 상황이었다. 뭔가 지금 사지 않으면, 내일 혹은 내일 모레엔 더 비싸게 살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있었기에, 급하게 환전을 한 게 사실이다. 지금의 폭락한 주가를 보면 이 판단은 매우 성급했던게 사실이다. 물론 코로나라는 특수한 이벤트 때문에 일시적으로 떨어졌을 뿐이라고 다시 정당화 할 순 있겠으나, 사실 미국주식시장 가격 조정이 조만간 올거란 건 누구나 예측하던 사실 아니었는가?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도 그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한번쯤은 떨어졌을테니 그만 토달자. 이건 잘못한게 맞다.

 

사실 중요한건 다음 두가지 내용이다. 평소에 달러라는 자산의 가격이 움직이던 변동폭을 알고 있다는 점!!!! 이 BAND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저평가되었다는 확신이 들었고, 결과적으로 저가매수는 성공했다. 코로나라는 급진적 이벤트 덕분에 그 열매는 더 달았다. 여기서 얻은 한 가지 교훈.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정확한 기준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 환율의 경우 1150원이라는 hozy만의 저점! 이것이 포인트인 것이다. 스스로 알아낼 수 없다면 리포트라도 읽자. hozy보다 학벌도 빵빵하고 공부도 많이했고 시장 분석에 오랜시간 투자하는 월가 투자 전문가들이 뿌려주는 정보는 전문성에서 hozy를 압도할 거다. 물론 2008년의 신용평가사들이 그러했듯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으나, hozy는 생업에 종사해야하기에 월스트리트의 그들만큼 공부하고 시장분석에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 아무런 도구없이 감만으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보단, "낮은 확률로 고장나는 나침반"이라도 들고서 항해하는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모멘텀 투자 X 저가매수>

hozy가 평소에도, 그리고 앞에서도 주구장창 떠들어 대던 모멘텀 투자를 기억하는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모멘텀 투자의 핵심은 이거다.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는 자산을 매수하면 수익률은 계속 마이너스가 나고,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에 있는 자산을 매수하면 수익률은 계속해서 플러스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직관적이다.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으면 어제의 가격이 오늘 가격보다 비싸기 때문에, 반대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으면 오늘의 가격이 내일의 가격보다 싸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주가가 상승하는 트렌드에 있는 주식만 매수하는게 모멘텀 투자 기법이다. 너무도 직관적이고 당연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투자할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실상은 반대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정말 고맙게도) 반대로 투자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저점매수 고점매도"에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저점에 매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히 "가격이 떨어질 때" 사야한다. 고점에 매도하려면? 가격이 올라갈 때 팔려고 하겠지. 정말 운이 좋다면 신기하게도 가격이 반등하는 그 찰나에 사고, 가격이 폭락하기 직전에 팔아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경험을 몇번 해본 사람들이 맹신하는 게 바로 "저점매수 고점매도"다. 혹시, 본인은 여전히 저점에 팔아 고점에 매도한 경험도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확신이 있어 hozy의 글을 읽으며 불편한 마음이 드는가? 그렇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본인은 확실한 근거가 있어서 저점과 고점을 짚어 냈는가? hozy는 과감하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내부정보를 활용한 것이 아닌이상 당장 1초, 1분, 1시간, 하루, 1달 위에 주가가 올라갈지 내려갈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당신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모멘텀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저점매수 고점매도"는 필패 전략이다. 가격이 떨어질 때 매수하고, 가격이 올라갈때 팔아대기 때문이다. 개미들이 기관을 못이기는 이유도 동일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모멘텀 투자는 항상 옳은가? 추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자산가치가 상승한다면" 그렇다. 

 

<그림1> 지난 5년간의 KOSPI 지표
<그림2> 지난 23년간의 KOSPI 지표

위의 그래프는 지난 5년간의 KOSPI 지표, 아래의 그래프는 지난 23년간의 KOSPI 지표다. 모멘텀 투자기법은 위 그림에선 필패전략이고 아래 그림에선 필승 전략이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물가상승률은 고려하지 않는다. (경제학은 너무 편한 학문 ㅎㅎ)

 

즉, 장기적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자산에 대해선 모멘텀 투자 기법이 먹히지만, 그렇지 못한 자산은 모멘텀 투자기법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전자에 해당하는게 주식이라면 후자에 해당하는 건 안전자산이 아닌가 싶다. 

 

 만약 장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거나, 물가상승률이 주가 상승률을 압도할 거라 생각한다면 모멘텀 투자 기법을 골라선 안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이 가치를 발굴해내고 무언가 경제적 효용을 창출해낼 것이며, 경제는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면 모멘텀 투자기법을 고려해볼만 하다.

 

 

하지만 모멘텀 투자기법에는 치명적 단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수익률이 쥐꼬리 만한 것 같다. 둘째, 남들 다 팔 때 사고 남들 다 살 때 파는 행위를 "평생" 지속해야하며 이는 첫째 단점과 콜라보 되어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hozy가 아무리 환전을 잘했어도, 이번 주가 폭락의 피해를 복구하기엔 역부족이다. 모멘텀 투자를 통한 수익률은 단기에서 미미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에 점차 snow-ball이 굴러간다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 수많은 투자의 귀재들이 높은 수익률보단 risk 최소화에 목을 매게 되는지. 수익은 적더라도 최소한 손해는 안 보도록 유지하여 복리의 마법을 아군으로 만들자!

 

뇌는 위와 같이 떠들어 대도 사실 사람 마음이란게 그렇지가 않다. 같이 투자를 시작한 동료가 대박을 쳐서 조기 은퇴를 해버리는 상황을 목격했을 때, 과연 hozy는 모멘텀 투자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모멘텀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처방전을 hozy는 이번 환전 실험을 통해 깨달았다. 자산 가치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통해 저점을 찾을 수 있다면 본인이 투자하는 기업의 펀더멘탈에 확신을 갖고서 2000년대 닷컴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2020년 COVID-19와 같은 주가 폭락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모멘텀 투자에서 잠시 일탈하여 저점 매수를 진행하는 거다. 사태가 안정화 되었을 때, 발생할 엄청난 수익률은 모멘텀 투자기법의 매너리즘에 빠진 당신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줄지 모른다. 추후 rebalancing을 설명하게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글을 마무리하며...>

hozy는 금요일에 그토록 원하던 GOOGL을 $1,140에 구매했다. 목요일에 $1,115를 찍었던 것을 확인했기에 내심 $1,000대에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금요일 장이 시작하자마자 주가가 $1,169로 급등하여 허겁지겁 $1,140에 매수를 걸어 놓았다. 당초 계획인 $1,180보단 저렴하다는 정당화를 열심히 하며... 잠결에 $1,120까지 떨어진 걸 확인하고 다소 실망도 했으나, 다음날 다시 확인해보니 $1200대로 급등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음을 다시한번 느꼈다. 떨어지든 올라가든 그냥 그러려니 하자. 지금은 특별한 이벤트 중이니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 발생해도 "그럴 수도 있는거다."

 

<다음주 계획>

GOOGL 보유 규모에 맞게 MSFT와 삼성전자의 보유량을 늘려갈 예정이다.

  1. 매일 매일 30만원씩 투자한다.

  2. 20만원은 환전을 한다.

  3. MSFT가 $140 대로 복귀하면 환전한 달러로 분할 매수에 들어간다.

  3. 10만원은 매일 매일 삼선전자 보통주 1주, 우선주 1주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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