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15. 23:52ㆍ시장 생태계 최고존엄, 소비자 일지/[가게] White List
요즘 히포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hozy. 한참 여의도 부근을 지나다가 갑자기 든 생각, 당산 쪽 가서 족발 먹을래? hozy는 사실 당산역에 있는 허브족발을 얘기했는데, 히포는 선유도에 맛집이 하나 있다며 가자고 했다. 그리곤 알아버렸다... 인생 불족발을... (아... 왜 미국 갈때 되니까 이런걸 하나하나 알려주는거냐 히포야...)
위치는 양화대교 남단에 바로 있다. 여기는 hozy네 가족들이 자주가는 고깃집인 강강술래 옆! 자전거 타고 가기에도 좋은 위치다.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잘 되는 집들의 특징. 손 많이갈 법한 것들에 대한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여기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모두 종이 봉투에 싸 놓았다. 각 테이블 마다 수저통이 있고 그 수저통에 종이로 싸놓은 수저들이 있는 것. 이런 디테일들을 할 수 있는 곳들의 특징은 뭐다? 뭔가 주인장이 욕심이 많거나,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만큼 현금흐름도 좋고 여유가 있다는 거다. hozy가 음식점에 가면 화장실의 청소상태 및 도기 등의 퀄리티를 확인하고, 또 정수기나 밑반찬 관리 및 위생상태등을 한번씩 훑어보는 이유가 이거다. 뭔가 이런 디테일에서 특이함을 주는 집들은 대개 음식이 맛있었기에, 꽤나 유용한 지표라 생각한다. 뭐 어쨌건 일단 첫인상에서 뭔가 있는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시작하는 목동족발, 반반 족발로 해서 보통 반 불족발 반으로 시켜봤다.
메인 메뉴 족발이 나오기에 앞서 뚝배기에 담긴 배춧국과 두부김치, 그리고 밑 반찬을 주셨다. 요즘 족발집 가면 밑반찬은 대충 오이, 당근 썰은 거 정도에 쌈장 하나 던져주기 일수인데... 여기 뭔가 유니크해... 그런데 심지어 심지어 맜있어!!! 배춧국은 뭔가 마늘과 고춧가루로 칼칼하게 끓여주셨고, 김치는 볶음김치가 적당히 시큼해서 두부와 잘 어울린다. 운이 좋으면 김치 속에 숨은 고기도 먹어볼 수 있음 ㅎㅎ
의심병이 도지다 못해 옆의 히포에게 까지 전염시키고 있는 불신의 아이콘 hozy는 그럼에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혹시 족발이 맛없어서 밑반찬으로 쇼부보려는거 아냐? 이런데 족발까지 맛있을 거라고? 그럴리 없어... 기대하지말자... 기대 안 하면 실망도 안 해...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리니 드디어 나온 반반 족발.
단언컨데, 그간 불맛을 냈다는 요리중에 여기 불족발이 원탑이었다. 대개 불맛을 낸 요리들은 특유의 자극적이고 강렬한 풍미로 사람의 입맛을 확 돋군다. 문제는 너무 강렬하다보니 금방 질려버리고 젓가락이 많이 못간다는 점... 이런 분야의 끝판왕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청와옥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파는 편육이나 국밥이 첫 맛은 너무 좋은데 더이상 숟가락이 안 퍼졌었지...
뭐 어쨌거나, 여기 불족발은 계속 손이 간다. 불맛은 고혹적인데, 적당히 맵고 달큼한게 계속 손이 간다. 불족발+콩나물 한입 먹고, 족발+무말랭이 한입 먹고 하면, 진짜 계속 들어간다. hozy도 여지껏 쌓인 족발 데이터가 나쁘진 않다. 장충동 뚱땡이 할머니 족발을 시작으로, 공덕 족발거리의 원탑인 오향족발, 여의도 족장, 당산 허브족발, 불족발 체인계 거인 마왕 족발 등 다양한 족발을 먹어봤지만, 불족발 하나 만큼은 여기가 원탑이다.
앞으로 불족발은 여기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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