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28. 01:42ㆍ시장 생태계 최고존엄, 소비자 일지/[가게] White List
아빠가 잠깐 일하셨던 동네 수원. 이곳에서 아빠는 찐 맛집을 찾아내셨다. 그건 바로 동산참숯갈비. hozy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갔었으니, 10년을 넘게 알아온 맛집이다. 서울에서 수원까지가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갈비 먹자고 수원까지 올 정도면 이유가 있는 거다. 서울 갈비집 보다 미친듯이 혜자스러운 가격에, 고기와 밑반찬 퀄리티가 압도적이었다. 때문에 우리 가족은 돼지갈비를 먹으러 수원에 자주 왔었다.
하지만 이곳도 코로나 사태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 격리기간 동안 방문했을때, 이 가게의 유니크함이었던 황동철사를 꼬은 불판은 스테인리스 철사 불판으로 바뀌었고, 마블링이 환상적이던 돼지갈비는 맛없고 퍽퍽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위들이 섞여있는 저질 고기로 바뀌었다. 매출에 타격이 있다보니, 여기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겠지? 나이를 먹어가며, 영원할 것 같았던 맛집들도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걸 보는 건 참 씁쓸한 일이야... 실망이 컸던 우리 가족은 더이상 동산 갈비를 찾지 않았다.
그러던 중, 히포와 폭설이 내렸던 날 에버랜드를 가게된 hozy는 근처 맛집을 생각해보다가, 오랜만에 동산갈비가 생각났다. 네이버 평점을 보니 여전히 4점 중반대로 준수한 점수를 유지하고 있더라. 살짝 걱정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에버랜드] 폭설 내린 날 에버랜드를 가면...
[결론] - 실외 놀이기구 아무것도 안한다. - 남아있는 판다 구경에 모든 인원이 몰린다. 대기시간 3시간 40분(?) - 리프트도 안 한다. 니가 선택한 에버랜드다, 악으로 깡으로 걸어다녀라. 새로운 직
diamond-goose.tistory.com
예상외로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다들 행복해보였다. 뭔가 느낌이 좋은데? 일단 돼지갈비 2인분을 시켰다. 밑반찬을 세팅해주시는데, 여기서 재밌는 포인트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빨아쓰는 행주!
항상 하는 말이지만, 잘 되는 집들에는 주인장만의 이상하리만큼 지독한 고집이 보이곤 한다. 여기는 그게 이 행주였다. 점점 기술이 좋아지며, 1회용품을 싼값에 쓰고 버리는게 익숙해져버린 우리. 더군다나 코로나를 거치며 모두가 위생에 큰 관심을 갖게된 이후로 이런 손닦는 행주들이 식당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여기는 아직도 이걸 고집하고 있네... 뭔가 심상치 않아...
드디어 나온 돼지갈비! 애석케도 옛날에 썼던 황동판은 더이상 쓰지 않는듯 했다. 근데, 고기는 확실히 이전의 품질을 되찾은거 같다. 크기도 어마어마하고, 마블링도 박혀있어, 이거 누가봐도 구우면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고기였다.
자자, 고기굽는 선수입장! 이 집 고기의 포인트는 잘 구워지면 빨간색이 된다는 거다. 이게 뭔가 달달한 양념이 잘 카라멜라이즈드 되어서 이런거 같은데, 진짜 아무리 따라하려 해도 집에서 고기를 재면 이 맛이 안난다. 그 비결이 도대체 뭘까?
여긴 된장국도 맛있고, 반찬으로 주는 양념게장도 맛있고, 냉면도 맛있다. 그냥 돼지갈비 근본 그 자체.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사실. 돼지갈비 4인분 + 냉면 + 공기밥 1개 정도 시키면 잘먹는 두사람도 배터지게 먹는데 가격은 89,000원이다. 그냥 저가에 배채우는게 아니라, 진짜 맛있는 고기를 이 가격에 먹는 거면 진짜 미친 거다... 동산갈비의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계산하면 주시는 요구르트까지 먹어줘야 해!
뭔가 조만간 부모님과 한 번 더 와야겠다. 그리고 그냥 집에 가긴 아쉬워서 수원화성도 한번 들러봤다. 유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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